Seungbin's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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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과한 사실

사용자들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자신들의 비법이나 노하우를 공유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과 달리 커뮤니티에서는 많은 대화들이 일어났다. 게다가 포인트를 은행 앱처럼 출금과 입금의 형태로 변경하고 마치 내 계좌를 보는 것처럼 변경했더니 돈이 쌓이는 구조가 더 가시적으로 바뀌었다. 빨리 출금하고 싶었고 더 많은 프로젝트를 우리 제품 안에서 하고 싶다는 니즈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금방 동이 나버리겠어요. 더 많은 프로젝트를 열지 않으면 1~2개월은 우리 제품에서 할 수 있는게 없어져요"

오퍼레이터들이 걱정하는 메시지들이 슬랙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업을 끌고 오고 스케줄링을 하는 PM과 BDM은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지만 할 수 있는게 없었다. B2B1로 사업을 가져오는건 지금 바로 가져올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3개월씩은 리드 타임을 가져가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아직 사용자들은 우리가 동날 것이란걸 모른다는 것이었다.

"ㅇㅇ님 잠깐 통화 괜찮으신가요?" 나는 대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로 쓰기에는 너무 길고 얼른 말로 내가 생각한 고민과 아이디어를 털어놓고 싶었다. "네 지금 전화주시죠!"

그렇게 통화를 위해 나는 베란다로 나가 놀이터의 소음이 들어오지 않도록 문을 전부 닫고 전화를 걸었다.

'뚜뚜~'

신호음이 들리는 동안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할 지 정리를 빠르게 하는 중이었다.

"네 승빈님" "네 슬랙에 쓰는 것도 괜찮지만 잘 정리가 되지 않아서 ㅇㅇ님이랑 이야기를 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아까 올라온 메시지 보셨죠?" "아 네..." "저는 우리 비즈니스 사이클의 약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B2C의 속도가 빨라지면 B2B 사이드에서 더 빠르거나 더 규모있는 프로젝트 중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거든요. 근데 지금은 규모가 충분히 큰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금방 끝나고 있어요. 리드타임을 줄여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표는 중간중간 숨도 안쉬고 말하는 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호응만 겨우 하고 있었다.

"승빈님은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신가요?" 대표가 물었다.

"B2B SaaS2로 가는 것 어때요? 기업 고객들이 프로젝트를 직접 설정하고 열 수 있게 하는거죠. 구체적이진 않지만 기간 단위로 하는 것 보다는 투입되는 인력별 seat 개념3으로 가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꼭 SaaS가 아니더라도 경매하듯이 비딩하는 방식이어도 좋을 것 같아요. 보통 기관들도 2천만원 아래면 수의계약이니까 필요한 서류들만 잘 출력할 수 있게 하면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고 리드타임이 발생하는 걸 최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생각인데요? 그럼 어떤 것부터 확인하실 계획이세요?" 내가 일을 하고 검증하는 방식을 잘 알기에 이걸 한번에 하진 않을 거란 것을 알고 있는 대표는 가장 먼저 무엇부터 할 지를 물어왔다.

"우리가 가진 도구들과 설정이 간결한 것들을 선정해서 선택 가능하게 하고 고객들이 선택하도록 먼저 오픈할게요. 일단 가격도 설정까지만 하게 하고 우리가 프로젝트를 수동으로 열어주는거죠. 이정도면 우리 스쿼드 속도라면 2~4주 정도면 될 거예요."

이미 말을 하면서 내 가설이 정리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제 실행만 남았다고 느꼈다. "좋아요 승빈님. 승빈님은 그걸 하시는 동안 저는 제가 생각한 것들을 하고 있을게요"

결국 각자 노선을 선택하더라도 합쳐질 기능이었고 둘이 만든 기능이 만나면 분명 임팩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검증을 하려고 했으나 우리의 패착은 B2B의 기존 문법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도메인은 굉장히 오래 공을 들여야 하는데 프로젝트가 모두 끝나는 1개월 안에 검증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게 문제였다. (물론 그럼에도 관심을 보이고 들어온 고객이 두곳이나 있었다.)

결국 많은 프로젝트를 여는 것에 실패했고 B2C에서 하던대로 마케팅을 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더 많은 프로젝트가 아직 남아있는 경쟁사의 플랫폼으로 사용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기 시작할 때쯤 출금하기 애매한 수준의 프로젝트라도 열어 묶어두려는 시도를 이어갔다. 이미 적게는 수 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수익을 냈던 사용자들은 이제 소액에 만족하며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Footnotes

  1. 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

  2. B2B SaaS(기업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는 클라우드 기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

  3. 소프트웨어에 접속하여 사용할 수 있는 계정 수를 말한다. 여기서는 고객 프로젝트에 접속하여 활동할 수 있는 사용자 수로 설명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