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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만들다 #2
화요일 아침 일찍 러닝복 입고 잠들었던 차림 그대로 일어났다. 휴대폰은 두고 애플워치만 차고 내가 만든 앱을 켜고 골전도 이어폰을 통해 나오는 음악의 박자에 집중하며 양재천을 한바퀴 뛰기 시작했다. 하루를 보내기에는 5km이상은 체력적으로 부담되어 3km만 5분 30초 페이스로 달린다. 그렇게 달리고 돌아오면 땀도 적당히 나고 숨도 적당히 차오른 느낌이다. 돌아오며 어제 하루의 복잡한 생각들을 털어버리자고 되내였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별로 없다. 이런 날이 있으면 저런 날도 있는 법인데 스트레스 받고 동기를 잃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개운하게 씻고 나와 선풍기 앞에 앉아 몸을 식히며 휴대폰을 열었다. 어제 심사 올린게 없었던 것 같은데 앱스토어 커넥트 알림들이 많이 보인다.
'리뷰?'
뜬금없이 리뷰가 남겨졌다길래 누가 내가 만든 무료 앱 중 하나에 리뷰를 남겼나보다 했다. 나랑 비슷한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나보다 하며 들어갔는데 리뷰가 하나도 없다. 이상한 마음이 들었던 것과 동시에 문득 동료의 이름을 넣은 앱이 생각났다. 리뷰가 3개가 들어와 있었고, 2.6점이 눈에 들어왔다. 답변을 남기기 전에 앱스토어에 검색하러 갔다. 어딘가 노출이 잘 됐을 것 같지 않은데 무슨 일인가 하고 내려가보니 유료게임 랭킹에 보인다.
"프로모션 다운로드만 발생해도 순위에 든다고?"
놀람과 동시에 큰일났다 싶었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동료들과 장난삼아 만들었는데 이렇게 받으면 안됐다. 리뷰가 업데이트 되는 시간마다 내 휴대폰은 내가 욕을 먹고 있음을 알려왔고, 많은 다운로드를 받거나 훈훈한 평가를 받으며 따뜻했던 지난 앱들과 달리 엄청난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앱을 내릴까 말까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문득 재밌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동료들한테 보여주고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지 하는 마음부터 들었다.
회사에 도착하니 당사자가 예비군에 갔다. 장교 출신인 동료는 3일 동안 휴대폰도 못 보는 모양인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밤에 잠을 줄여가며 일단 업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내 이름으로 된 앱이 욕 먹고 있으면 더 기분 상할 것 아닌가? 회사는 점점 바빠져서 30분에서 1시간 밖에 더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게다가 사비로 쓰던 코덱스는 토큰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목요일이 되자 직접 코드를 수정해가며 업데이트했다. 어느 순간 앱은 신기효과 덕분인건지 유료게임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살다보니 이런 경험도 하다니 신기해서 얼른 갈무리부터 했다.

앱스토어는 리뷰를 바로바로 개발자에게 알려주지 않고 배치로 특정 시간에 주는 것 같았다. 보통은 하루 정도 걸리는 것 같았고 내가 답글을 달아도 대기 중이라고 나오고 3~4시간 정도는 걸렸다. 게다가 업데이트 심사까지 하면 이미 업데이트 된 내용도 리뷰에 달려서 혼나기 일쑤였다. 그래도 수정했다고 답글을 달 수 있는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떻게 할 수 조차 없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근데 돈 내고 샀는데 너무 개발자 본인 취향대로 만들었으니 화가 날 수도 있다 생각했다. 게다가 무림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개발자라 더 답답했을 것이다. 그냥 듣고 이해하고 공부하며 업데이트 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오래도록 잘 팔리는건 꿈도 꾸지 않았다. 그래도 휴가 갔다 복귀했을 때 욕으로 도배된 것 보다 나아진 평가를 보게 하고 싶었다. 개발자에 내 이름도 있지만 당장 앱 이름에 내 이름이 있으니 말이다.

역시 게임이라는 제품은 어렵다. 피드백도 빠르고 밸런스 맞추는게 왜 어려운지도 알겠다. 경우의 수는 하나의 업데이트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그 모든걸 소화하려면 수정의 수정을 물고 들어갔다. 근데 테스트하기는 진짜 어렵다. 모든 시나리오를 다 타볼 수가 없으니 엔진에 작성된 코드에 의존하는 경우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더미 데이터를 넣어가며 할 수도 있었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휴가에 복귀한 동료는 매우 놀라했고 재밌어 했다. 미안한 마음도 들고 그랬다. 유료 게임이라 수익이 생겼냐? 사실 그렇지 않다. 국내 마켓에서 iOS만 타깃으로 한 유료게임의 순위는 오로지 다운로드에 의존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하루 총 다운로드 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집계 기간에 따라 순위가 한번 치고 올라갔던 것 뿐이고 금방 곤두박질쳤다. 게다가 환불이 많고 다운로드도 하지 않고 리뷰를 가혹한 댓글을 다는 분들도 계셨다. (다운로드 수 보다 리뷰 수가 많은 순간이 있더라) 그래도 매출과 무관하게 좋은 경험했으니 동료들에게 맛있는 것 사주며 두고두고 곱씹을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지나갔다.
게임은 유지 중이다. 가격이나 앞으로의 계획은 잘 모르겠다. 그냥 취미생활이기도 하고 지금 추세로는 새로운 분들의 유입 보다는 이미 받아서 나와 동료들처럼 같이 재밌게 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