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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방법론
누군가 내게 이런 이야기가 있더라며 하나의 글을 보여줬다. 재직 중인 회사의 리뷰를 쓰는 곳으로 보이는 곳에 적힌 글이었다. 생각을 정리하며 자연스럽게 글을 적는 지금은 키워드만 남은 상태이지만 대략적으로 '빠르게 빠르게 적용하는 방법론'과 '전통적인 방법론' 혹은 '빠르게가 아닌 다른 방법론' 두 방법론을 흑백논리로만 생각하여 적힌 글이었다.
회사에서 빠르게 경험하고 빠르게 제품에 다시 반영하는 걸 거의 유일하게 주창하고 있는 나를 저격하는 듯한 글이었고 새삼 재밌게 읽혔다. 말이 좋아 마케터지 실질적으로는 제품 판매와 운영 업무를 전부 소화하던 사회초년생 시절, 서비스 기획자부터 PM을 거쳐 지금의 PO가 되기까지 경험했던 수많은 기획 방법론들을 적용하고 써야 했던 지난 날들이 스쳤다.
이 글을 쓴 사람은 파워목업을 알까? 기획자가 RFP를 작성하고 스토리보드를 그린걸 그대로 따라 의견 낼 틈도 없이 기한에 쫓겨 만들어 내야 했던 메이커들의 고통을 알까? 그렇게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매몰 비용 때문에 망하지도 못한채 좀비가 되어 도망치듯 PM이 퇴사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하는 (하지만 그럼에도 제품은 남아있는) 걸 본 적 있을까?
그 와중에 빠르게 실험하고 시장에 출시하며 시장에 맞춰 성장한 제품들은 비록 날 것이어도 제대로된 모습을 갖추어 왔다. 여기서 토스 이야기를 꺼내면 이들은 그들의 방정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이 지금 좋다고 쓰고 있는 노션도 메모와 생산성에 집중된 제품이었고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고객들이 협업 중심의 툴로 바꿨다. 자동차 산업을 뒤바꾸고 있는 테슬라도 기본적인 단차도 잘 맞지 않았고 물이 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지금의 지위를 만들었다. 완벽함(Perfect)이라는 단어와 사랑받을 수 있는(Lovable) 이라는 단어로 MVP에 지친 이들에게 그럴듯한 말을 뱉었지만 결국 사랑 받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걸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 사랑은 내가 아닌 고객과 시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퀄리티와 속도의 타협점이 필요하다.
다만 이 타협점의 기준은 시간과 타이밍이다. 누구보다 빨리 배우고 알아야 가장 빨리 사랑받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최선을 다하는 기준은 서로 다르겠지만 함께 하는 팀의 욕심의 수준에 비례할 뿐이다. 더 시간을 쓸 수 없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 나는 그렇게 일을 해왔고, 수많은 서비스와 제품의 문을 스스로 닫아야 했고 지속할 수 있었으며 성장시켜볼 수도 있었다. 팀의 절망도 봤고, 팀의 환희도 경험했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 하는 이별은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난 그 한계점을 더 높이길 요구하고 더 수준 높은 성과를 만들고 싶어한다. 다만 '빠르게' 만들고 싶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욕심 내기에는 우린 가난한 예술가도, 배고픈 소크라테스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린 가난과 배고픔이 아닌 돈을 벌어 다시 제품에 투자하고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더 오래도록 해결하기 위해 도전하고 싶어 모인 프로 스포츠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 글을 읽으며 내가 배운 것 없이 헛되이 살지 않았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다. 그리고 오늘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