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ungbin's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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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과 갈증

마치 가을 타는 병에 걸린 것처럼 가을이 오면 어딘지 모를 답답함과 시간이 가버렸다는 아쉬움이 깊게 남을 때가 있다. 생각은 점점 더 추상적인 상상이 되고, 그 상상은 현재의 나를 옥죄는 고통으로 남는다. 분명하고 명확한 문제가 아닌 기분의 잔상만 남은 그때가 나를 제일 고통스럽게 한다. 어떤 문제를 겪고 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는 굉장히 여러 가지 방법들 중에서 우리의 방법은 늘 보편적인 다른 사람이 찾은 답을 향한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트업들은 이 길을 거부한다. 이미 걸어간 길은 이미 정해진 답의 한계 안에서 머물게 하며 이런 세상은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변화시킬 수 없다. 스타트업은 그래서 파괴적으로 보이기도 하며, 창의적이라고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지금 경험한 모든 당연한 것들이 예전에는 혁신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습관이 길러지면 안 좋은 점은 단 하나다. 개인적인 고민도 쉽게 고민을 끝내지 못한다. 고민의 연속이 더 좋은 답을 찾을 수 없고 지극히 개인적인 작디작은 영향일 뿐인데도 말이다.

예를 들어 조직에서의 한계 더 많은 것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들을 조금 더 내면 깊이 들어가 보면, 그냥 나의 커리어패스를 위해서, 더 많은 영역을 경험하고 싶어서 등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고 싶어서 등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의 고민들은 이 지점과 달랐다. 하나하나의 체크리스트를 통과한 나는 복합적이었다. 커리어도 더 많은 영역도 아니었다. 내 꿈에 빨리 닿고 싶은데 닿으려면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 이상을 해줘야 했다. 누가 봐도 미친 것 같은 도전을 해줘야 한다. 미친 것 같다는 건 앞서 말한 것처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기존의 방식과 방정식으로 풀었을 때 기대되는 미래는 그 방식과 방정식의 최적화된 함수 정도이다. 우리는 없는 공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이미 오래된 형식과 템포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고 관성적인 생각에 지배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런 것에 길들여지기 싫다는 반항심이 가장 컸다.

지금 당장이라도 회사를 때려치고 갑자기 양말을 팔겠다는 도전을 하는 것 이상의 도전을 경험해야 한다 생각했고, 길을 걸으며 마주하는 수많은 상점의 사장님들의 도전이 나와 동료들이 하는 도전보다 위대해 보이고 대단하다 경외심마저 느껴지는 나의 지금에 답답함을 느꼈다. 더 강하고 격렬하고 공격적으로 도전했으면 했다. 근데 그걸 잘한다고 생각하고 모셔온 분들의 도전 과정을 가까이서 못 봐서 그런 것인지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내 삶의 한 페이지가 이렇게 텅 비워지는 과정이 아쉬웠고, 불태우고 며칠은 푹 쉬고 싶은 그런 강렬한 도전을 해야 한다 생각했다. 아직도 답은 못 찾았다. 그냥 이 답답함의 답을 찾아가는 동안 더 주변 동료들에게 이야기하고 압박감을 주는 방법밖에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깨달음은 얻었다. 이런 답답함을 가지고 한 달이 넘는 시간 내가 고민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할 때 누군가는 나의 답답함이 어디에서 오는 것일지 궁금해하고 제3의 관점에서 내게 대화를 거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그 조직은 좋은 조직이다. 나는 일에 진심이라 개인적인 고민은 뒤로하고 사는데도 일을 하며 오는 답답함과 벽을 느낀 인재를 늘 관찰하고 세심하게 케어하고 있고 함께 성장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싶어 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