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ungbin's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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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뛰어넘기 #2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질문이 있다.

'나는 정말 임팩트를 만들어왔을까?'

숫자를 만들지 못한 건 아니다. 성과라고 부를 수 있는 지표들도 있었고, 실패를 줄였던 경험도 있다. 조직이 덜 흔들리게 만들었고, 속도가 나던 시점도 분명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경험들이 어쩐지 충분하지 않다. 아마 내가 만들어온 서사들이 내가 원하는 수준이 아니라서 그런 것이라고 느꼈다.

주변을 보면, 임팩트가 분명한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서사를 가지고 있다. zero to one, 직관에서 출발한 도전, 당시에는 다소 무모해 보였지만 결과로 증명된 선택. 그런 이야기들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나 역시 그런 임팩트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런 방식에 강한 사람은 아니다. 직관으로 밀어붙이는 일보다, 이미 있는 것을 정리하고 확장하는 쪽이 훨씬 익숙하다. 물론 직관으로 밀어붙이는 일들도 해왔고 해낸 적이 있지만 돌아보면 그 직관으로 시작한 일들도 굉장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내가 주로 해온 일들은 대부분 1 to 100의 방향에 가까웠다. 이미 존재하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키우는 일, 조직이 무너지지 않게 속도를 맞추는 일, 실험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도록 구조를 만드는 일. 숫자를 결과로 소비하기보다는, 다음 결정을 위한 근거로 쓰는 일. 흔히 말하는 1 to 10, 1 to 100의 영역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는 종종 “기존 제품을 키우는 데 강점이 있다”거나 “조직을 잘 정리하고 속도를 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평가가 항상 기쁘게 들리지는 않았다. 칭찬이면서도, 동시에 선이 그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선택의 갈림길이 반복해서 나타났다. 내가 약하다고 느끼는 영역에 도전해볼 것인가, 아니면 이미 잘하고 있는 영역을 더 깊게 파고들 것인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전적인 일을 맡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즐겁다기보다는, 잘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반대로 강점을 살려 일할 때는 성과는 나왔지만, 답답함이나 지루함이 함께 따라왔다. 이게 내가 계속해야 할 일인지, 아니면 지금 역할의 스콥이 너무 작은 건지 구분하기가 어려워졌다.

또 하나의 불편함은, 내가 약하다고 느끼는 영역을 다른 사람이 맡아 진행할 때 생겼다. 기대했던 만큼 잘 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마다, 내가 하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모든 걸 내가 가져올 수도 없고, 그냥 두자니 결과가 아쉬웠다. 이 감정이 단순한 불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아마도 조직 전체를 한 단계 더 나아가게 하고 싶다는 책임감에 더 가까운 감정일 것이다.

이런 고민들이 쌓이면서, 질문은 점점 단순해졌다. 나는 어떤 방식의 임팩트를 만들어도 되는 사람일까. 모두가 알아보는 임팩트만이 정답일까. 조용하지만 반복 가능한 성장은 임팩트가 아닐까. 조직이 더 많은 도전을 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드는 역할은 정말 2선일까.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는 분명해졌다. 나는 직접 영웅이 되는 방식보다는, 영웅이 계속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에 더 가깝다는 점이다. 그리고 요즘 느끼는 답답함과 지루함은, 내가 잘못된 길에 있다는 신호라기보다는 역량에 비해 역할의 스콥이 작아졌다는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결론과 방향은 아직 모르겠다. 확실한 건 혼자만의 공부와 경험으로 넘어설 수 있는 한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조직에게 내가 느끼는 한계와 갈증을 말하고 풀어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스스로도 임팩트를 어떻게 정의하고 경험해 나갈지 정의를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