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ungbin's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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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도전, 응원

매서웠던 겨울 바람이 홍매화와 함께 포근해지기 시작한 봄날, 여느 때와 같이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동네 한바퀴를 돌며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3년 전 함께 일했던 회사의 대표를 마주쳤다.

”ㅇㅇ님!“ ”승빈님!“ 반가운 마음에 손을 내밀며 인사하는 나의 손을 그가 비즈니스식 악수가 아닌 친한 친구와 만난 것처럼 하이파이브 하듯 악수했다.

“어떻게 지내요?” 나의 질문을 들은 그의 표정이 한순간 어두워지는 것을 느낀 나는 이내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제가 바빠서요..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네 꼭 연락주세요!“

나는 황급히 뒤돌아 가는 그의 모습을 뒤로 한 채 다시 앞서가는 동료들을 향해 갔다.

문득 생각이 나 회사 근황을 찾아보니 작년 11월 폐업했다고 한다. 놀라움 보다 씁쓸함과 재밌게 일했던 시간들이 스쳤다.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에 대한 궁금함 보다 그의 안부가 더 궁금해졌다. 하지만 나의 궁금증이나 걱정은 오히려 그에게 어떤 위로도 되지 않을 수 있단 생각이 들어서인지 쉽게 연락하기 어려웠다.

내가 함께 했던 조직 중 아버지의 은퇴로 폐업했던 경우를 제외하곤 처음이다. 오히려 심플하게 정리가 되었고 필요한 수순이라고 생각했던 그때와 내가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자의로 사업을 더이상 하지 않는 것과 타의로 사업을 정리해야만 하는 것은 다르다. 체불된 임금을 갚기 위해 노력했고, 여러 방면에서 퇴직금을 받지 못한 동료들을 챙기려고 했다고 들었다.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 자리를 옮길 때 도움이 컸다. 팬데믹으로 인해 크게 붐을 탔던 사업이었고, 주 1회 정도만 대전에서 서울로 가면 됐기 때문에 이사를 앞둔 6개월 정도 수익이 끊기거나 기회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서울에 와서도 1년 넘게 일을 하며 회사의 희노애락을 함께 했다. 전에도 임원으로 일을 했지만 제품을 총괄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고, B2B2C로 연결되는 비즈니스 전개 과정을 공부할 수 있었다.

아마 또 창업을 할 것이다. 내가 아는 그는 그렇다. 분명 일어날 것이고 또 다시 도전해서 기필코 성공할 사람이다. 실패에서 배웠고 스스로 반성하고 성장하는 길을 택하는 사람이다. 냉혹한 스타트업 씬의 타이밍과 운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공격적이고 조금 더 빨랐다면, 조금 더 냉철했고 조금 더 시장의 흐름을 읽고 비즈니스에 몰입할 수 있었다면 달랐을거다. 강력한 LLM의 등장으로 인해 피봇을 했어야 했을 것이고 파운데이션 모델의 등장으로 다양했던 아이디어들이 한 곳으로 응집됐다.

내가 퇴사 인사를 할 때 대표가 구성원들 앞에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승빈님 같은 분을 품을 수 있는 조직을 못 만들어서 아쉽다."

여전히 내가 조금 더 이끌려고 했다면, 더 충돌하고 더 책임감을 가졌더라면 달랐을까? 훗날 통화할 때 그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가정이 있는 승빈님의 선택은 정말 잘 했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도전에서는 시련없이 그의 문샷이 성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